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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7. 08·6

부모님이 미운데 죄책감이 들어요 — 두 마음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미움과 사랑은 반대가 아니라 함께 삽니다

‘미워하면 안 되는데’라는 감옥

부모님이 미울 때,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건 미움 그 자체보다 ‘부모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규칙입니다. 그래서 원망이 올라올 때마다 죄책감이 곧바로 그 위를 덮습니다. 미워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다시 그 죄책감 때문에 나를 탓하는 굴레가 돌아갑니다.

먼저 알아둘 것. 부모에게 원망을 느끼는 건 이상한 일도, 나쁜 자식의 증거도 아닙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도 깊이 남기 때문입니다. 미움은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입니다.

미움은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이 있었기에 생깁니다.

양가감정은 미성숙이 아니라 정직함이다

한 사람에게 사랑과 원망을 동시에 느끼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양가감정이라 부릅니다. 이것은 관계를 어설프게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는 성숙한 능력입니다. 부모를 완전히 좋은 사람으로도, 완전히 나쁜 사람으로도 만들지 않고 ‘상처도 주었고 사랑도 준 한 사람’으로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관계를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두 마음 중 하나를 지우려 애쓰면 오히려 둘 다 더 커집니다. 미움을 억누르면 죄책감이 커지고, 죄책감에 눌리면 미움이 곪습니다. 두 감정이 함께 있어도 된다고 허락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둘 다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죄책감의 절반은 문화가 만든 것일 수 있다

한국에서 부모를 향한 원망에 유독 큰 죄책감이 따르는 데에는 효(孝)라는 오랜 규범이 깔려 있습니다. 부모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문화는 많은 좋은 것을 지켜왔지만, 동시에 ‘부모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나’를 불효로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 느끼는 죄책감이 온전히 내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오래 학습된 규범이 자동으로 켜지는 것인지 한 번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효를 저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규범이 만든 죄책감과 진짜 내 마음을 분리해야, 부모와의 관계를 내 방식으로 다시 정할 수 있습니다.

미움을 이해로 옮겨가는 길

미움을 억지로 용서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용서는 목표가 아니라, 이해가 깊어지면 어느 날 따라올 수도 있는 결과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용서가 아니라 이해입니다. 부모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그들의 애착, 그들의 결핍, 그들이 자란 시대를 알게 되면, 미움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그 날이 조금 무뎌집니다.

이해는 부모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나를 위한 것입니다. 원망에 매여 있는 에너지를 내 삶으로 되돌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움과 죄책감 사이에서 오래 지쳤다면, 부모의 행동을 그들의 성장 맥락 안에서 다시 읽어보는 것이 두 마음 모두를 조금 가볍게 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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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진단이나 치료가 아니라,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입니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으로 읽어주세요.